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좋은 도예작품을 빚기 위해서는 잠시 침묵하고 흙의 마음을 풀어 주어야 한다. 최기림 작가는 이 단순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몸과 손끝으로 증명하며,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5년 8월 21일부터 27일까지 대전광역시 유성구 노은도서관 1층 ‘노은 아트리브로’(노은동로 234번길 34)에서 열린다.
흙의 소리를 듣다!
“흙은 차갑다. 하지만 차가움 속에 포근함과 원리적인 성품을 함께 품고 있다. 그것은 마치 만물을 잉태하고 길러내는 어머니의 마음과 닮아 있다. 발끝에 전해지는 생명의 근원이 속삭일 때마다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최기림 작가는 흙을 단순한 재료가 아닌 존재와 성찰의 매개체로 바라본다. 그는 성경의 한 구절,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이사야 64장 8절) 를 인용하며, 도예작업을 “자아를 내려놓고 창조주의 손길에 맞기는 전환(transition)의 과정”이라 말한다.
또한 그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도예의 핵심 정신으로 강조한다. 흙과 작가의 처지를 뒤바꾸어 생각하며, 무의식적 관습을 발견하고 해방하는 것. 그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새로움이 움트며, 작품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선다.
최기림의 작품은 흙이 지닌 원초적 차가움과 온기를 동시에 품어낸다. 차가운 기운을 밟을수록 흙은 포근해지고 부드러워지며, 사유의 씨앗이 싹튼다. 이는 인간이 삶의 역경을 통과하며 더욱 단단해지고 온유해지는 과정과 닮아 있다.
그는 “말이 생각을 앞서면 문제가 생기듯, 도예 역시 침묵 속에서 흙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좋은 작품이 태어난다”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작들은 바로 그 ‘흙의 소리’를 담아낸 기록이자, 작가의 내면적 성찰을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한국현대미술신문 배건 대표는 “최기림의 도예는 단순히 그릇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흙’이라는 원초적 물질을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삶의 원리를 묻는 철학적 탐구다. 그의 작업에서 흙은 수동적인 재료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말을 건네는 ‘타자(他者)’이며, 작가는 그 목소리를 경청하는 청자(聽者)이다.
이번 전시작들은 차가움과 따뜻함, 질서와 혼돈, 침묵과 발화가 공존하는 긴장 속에서 태어났다. 이 긴장은 도예적 형식미를 넘어 인간과 자연,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관계를 다시 묻게 한다.
특히 그는 ‘역지사지’를 통해 도예를 인간 중심적 시선에서 해방시키며, 흙이 품은 기억과 생명성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공예품이 아니라, 흙이라는 원초적 언어로 쓰인 시(詩)이며 동시에 기도(祈禱)이다. 한국 현대도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그의 여정은 이번 전시에서 더욱 선명해진다.”라고 평하고 있다.
전시 관람 안내
기간 : 2025. 8. 21(목) ~ 8. 27(수)
장소 : 대전광역시 유성구 노은동로 234번길 34, 노은도서관 1층 「노은 아트리브로」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무료 관람)
휴관일 : 월요일 및 공휴일
작가 프로필
ㆍ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세라믹디자인학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특수교육학 석사 졸업
ㆍ2025 중국운남성 장작가마캠프 초대작가
ㆍ2023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 특별전 (사임당의 뜰전)
ㆍ2023 대전신일중 사제동행전 (갤러리 꼬씨꼬씨)
ㆍ2022 스위스-한국 도예 초대전 (서울사이버대학교)
ㆍ2022 도꺠비점빵전 (대전 꼬씨꼬씨 갤러리)
ㆍ2021 개인전 1회 (The breath of life)
ㆍ2018 남원국제도예작가 기획초대전 (춘향테마파크)
ㆍ2011 신진작가기획초대전 (갤러리 이도)
ㆍ2019 한국청소년디자인전람회 지도교사상(gold prize)
ㆍ2012 무등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 도예공모전 금상 외 다수
ㆍ한국 조폐공사 화폐박물관에 작품 소장(기증)
ㆍ현) 무등미술대전 추천작가, 한국휴먼미술협회 회원, 담아요 도예공방 대표, 대전신일중 예술중점학급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