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2025년 10월 18일부터 26일까지, 인천의 새벽세시갤러리(3 am gallery) 제2전시실에서 신하늬 작가의 개인전〈거기 김서방 있는가?〉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5 청년예술인창작지원사업’으로 선정돼 개최되는 자리다.
신하늬 작가는 장승, 부적, 호랑이 가죽, 십장생 문양 등 한국 전통이 지닌 상징적 물상들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맺어온 감각적이고 신비로운 관계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에서는 이들 사물이 단순히 미신적 도구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하나의 언어로 기능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일상의 물건이 나무 조각으로, 가구로, 거대한 발톱으로 변형되어 등장한다. 벽면을 따라 굽이치는 구렁이 형상의 구조물, 호랑이 발을 닮은 나무 조형물 등이 공간 전체를 ‘보이지 않는 기운’이 흐르는 장처럼 만든다.
신하늬는 “물건은 도구가 아니라 기억이며 이야기이며 감각을 불러오는 통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전시를 통해 전통적 의미의 ‘벽사(辟邪)’와 ‘기복(祈福)’을 현대적 조형언어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신작가가 이전부터 탐구해 온 ‘구렁이’ 이미지에 기초하고 있다. 한국 농경사회에서 구렁이는 쥐나 해충을 잡아주는 존재로서 재산과 곡식을 지켜주는 수호신적 이미지로 기능해 왔다. 신작가는 이러한 전통적 상징을 현대적 가구와 조형 오브제로 환치시킨다. 구렁이 형상으로 선반이나 오브제 가구를 만들고, 그 위에 관람객의 소지품이나 기억이 담긴 물건을 놓음으로써 ‘보이지 않는 힘’이 일상으로 스며드는 듯한 효과를 내고 있다. 전시 맥락에서도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의 관계망”을 시각화하는 주요 장치로 작용하며, 관람자는 단순히 ‘가구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흐르는 기운과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호랑이’라는 상징을 조형적으로 탐색한 결과물이다. 한국 문화권에서 호랑이는 강인함과 수호의 의미를 지닌 존재로, 악령을 물리치고 번영을 불러오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신작가의 호랑이의 발톱, 발자국, 몸통 일부 등을 가구나 조각 오브제로 변환시켜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호! 벤치’, ‘호! 테이블’ 등이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작품 속 발톱 형상은 단지 시각적 환영이 아니라, 사용자(관람자)가 공간 속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감각을 몸으로 느낌직한 지표로 작동한다,
신작가는 “호랑이는 산신령과도 같은 존재였고, 그 이미지가 현대인의 ‘안전’ 혹은 ‘보호’에 대한 욕망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조각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욕망을 발톱, 몸통, 거대한 실루엣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거기 김서방 있는가?〉 전시는 신하늬 작가가 지금까지 쌓아온 조형 실험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구렁이, 호랑이처럼 전통적으로 상징된 존재들을 가구 혹은 오브제로 재구성하고, 전시 전체를 감각의 장으로 설계함으로써 관람자는 단순히 ‘작품을 본다’는 행위를 넘어, ‘느끼고 머문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관람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보이지 않는 존재들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느끼는 기운들은 어떻게 형상이 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응답은 관람자가 작품 속을 걷고 머물며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몫이다.
미술평론가 배건 박사(한국현대미술신문 대표)는 이번 전시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하늬 작가의 작업은 물성과 상징이 뒤섞인 감각적 서사다. 장승이나 부적이 지녔던 ‘보이지 않는’ 힘을 조각적·가구적 형태로 환치시키며, 관람자는 일상 속에 스며든 신화적 기운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호랑이의 발톱과 구렁이 형상은 단순한 형태적 재현을 넘어, 인간이 감각하고자 하지만 늘 손에 잡히지 않았던 두려움과 소망의 형상을 불러낸다. 이로써 작가는 ‘신념과 감각의 경계’를 미묘하게 뒤흔든다.”
배 박사는 이어서 “전시는 설명 가능한 것과 설명할 수 없는 것 사이의 틈을 집중 조명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감지하는 징조나 긴장, 불안감 혹은 미세한 보호의 욕망이 조형 언어로 환원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숨겨진 것이 아니라 경험 가능한 ‘감각의 물체’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가구디자인·목조형가구학을 전공한 배경을 바탕으로, 조각·공예·디자인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작업을 펼친다. 관람자는 단지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작품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긴장과 기운을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관람객에게는 보이지 않는 믿음과 감각이 어떻게 현실의 물질로 변주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변주 속에서 낯선 신화가 어떻게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지를 경험할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 프로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가구디자인과 석사 졸업 (2022)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목조형가구학과 학사 졸업 (2019)
2023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베스트 영디자이너 수상, 디자인 하우스 (2023)
2023 서울국제불교박람회 BAF청년작가공모전 최우수상, 대한불교조계종 (2023)
대한민국 미술대전 디자인 및 공예 부문 수상, 한국 미술 협회 (2019)
신당창작아케이드 14기 입주작가, 서울문화재단 (2023)
국립공주대학교 가구리빙디자인학과 강사 (2024)
-개인전
2023 7/28~8/5 Dr. Haneecorny의 비밀의 방 (신하늬 개인전), 스페이스 결 갤러리
2022 5/11~6/30 popcorny unicorny 첫 개인전, 당림 미술관
-단체전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검은 산, 청주
2025 창작의 정원, 디디피 디자인 플라자, 서울
2025 더현대 메종, 청주
2025 더현대 서울, 서울
2024 11/13~11/17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영디자인 초대, 디자인 하우스, 코엑스
2024 9/28~10/6 80 canes from the ashes, 평화의 숲 & 홍림회, 제비한옥
2024 8/29~9/1 KOFURN 한국가구학회추천작가, KFFIC 한국가구학회, 킨텍스
2024 2/6~3/10 'New Face’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하우스, 서촌 라운지
2023 12/20~12/23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영디자인, 디자인 하우스, 코엑스
2023 12/2~12/16 지팡이 전시회 <Black Land 75,010,925평>, 홍림회, 웅 갤러리
2023 10/12~10/15 The Void 아트 쇼 ,Kir
2023 9/14~9/24 <Craft: Foam and Pop>특별전 ,송원 아트 센터
2023 5/5~5/27 Vivi Dynamic, 신당창작아케이드, SASS 갤러리
2023 1/3~1/14 Space Kyeol arte & segreto, 스페이스 결 갤러리
2022 9/1~9/5 서울 국제 조각 페스타 2022 선정작가, 한국조각가협회, 벡스코
2022 4/16~4/24 디자인 아트 페어 2022, 마이아트 & 예술의 전당
2022 4/19~5/7 The Maximalist 001, Craft on the Hill
2022 3/3~3/6 INTERIOR DESIGN KOREA,‘차세대’ 개인 부스 선정 메쎄이상, 킨텍스
2022 2/5~2/27 Supy X POPCORNY UNICORNY 개인전, 홍대, AK 몰
2021 12/20~12/23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신진 디자이너 선정, 디자인 하우스, 코엑스
2020 12/3~12/6 공예트렌드페어창작공방관 개인부스선정,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코엑스
2020 10/28~11/7 물질에서 오브제로; 공예 산책, BKID
2019 12/11~12/13 공예트렌드페어창작공방관 개인부스선정,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코엑스
전시 개요
전시명: 〈거기 김서방 있는가?〉
작가: 신하늬
기간: 2025.10.18 – 10.26
시간: 월–금 11:00–22:00 / 토–일 15:00–22:00
장소: 새벽세시갤러리(3 am gallery) 제2전시실
주최/후원: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사업명: 2025 청년예술인창작지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