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현대미술신문 신정은 기자 |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500년 전 조선시대 한가운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충청도 고유의 반가와 둥그스름한 초가집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 사이로 정겨운 이웃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 바로 예안 이씨가 터를 잡고 이룬 집성촌, 아산 외암마을의 풍경이다.
그 역사적·문화적 보존 가치를 높이 인정받아 국가민속문화유산 제236호로 지정된 이곳은 단순히 옛 건물을 보존해 둔 전시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사계절 자연의 변화에 맞춰 지붕에 새 볏짚을 엮어 올리고, 허물어진 돌담을 매만지며 지금도 주민들이 생생한 삶의 터전을 일구어가는 명실상부한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도 옛 선조들의 지혜와 전통의 명맥을 꿋꿋하게 지켜내며 아산시의 든든한 문화적 뿌리가 되어주고 있다.
아산시는 ‘2025~2026 아산 방문의 해’를 맞아 이처럼 고즈넉한 외암마을에 더욱 짙은 전통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 눈으로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방문객들이 온몸으로 조선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장을 마련했다. 더불어 마을의 경관을 유지해 온 핵심인 전통 건축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과거의 유산을 미래로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오감으로 즐기는 조선시대… 한층 풍성해진 전통 체험과 공연
외암마을과 저잣거리 일대에서는 방문객들이 전통문화를 직접 몸으로 느끼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여 운영한다.
기존의 단순 관람 위주에서 벗어나, 마을 주민들이 직접 이끄는 신명 나는 ‘다듬이 난타 공연’을 필두로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체험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배우는 다도 및 예절교육부터 아산의 명주인 연엽주 빚기 및 시음, 조청과 옹기 제작 등 옛 선조들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뻥튀기나 전통 혼례 체험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색적으로 즐길 거리가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 또한 매주 토요일 상설무대에서는 사물놀이와 퓨전 국악 등 다채로운 전통 공연이 펼쳐져 마을에 활기를 더할 예정이다.
"초가지붕 엮고 돌담 쌓으며"… 충청도 고유의 맥을 잇는 장인(匠人)을 찾는다
다양한 체험이 전통을 ‘즐기는’ 과정이라면, 전통 기술 전승 교육은 마을의 정체성을 ‘지키는’ 숭고한 작업이다. 외암마을은 충청도식 초가이엉 잇기 방식을 오늘까지 온전히 이어오고 있으며, 외암민속마을보존회를 중심으로 전승 작업이 활발히 운영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시는 최근 학술 용역을 통해 그 기술적 가치와 현장성을 검증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차후 충남도 무형문화유산 및 국가지정 무형문화유산 지정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에 발맞춰 아산시는 아산 외암마을의 고유한 전통 경관을 보존하고 계승해 나갈 ‘2026년 아산 외암마을 역사문화 전수관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한다. 교육은 아산 외암마을 내 역사문화 전수관 교육장에서 상·하반기로 나뉘어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상반기 (초가이엉잇기 전승 교육 과정) : 2026. 4. 14. ~ 7. 2. (매주 화·목 오후 14시~18시) [24회차]
▶하반기 (돌담 쌓기 전승 교육 과정) : 2026. 8. 25. ~ 10. 20. (매주 화·목 오후 14시~18시) [16회차]
모집 대상은 전통 기술 전승에 관심 있는 아산시민 10명으로, 초가장 및 담장장 교육 통합 참여 가능자와 외암마을 주민을 우선 선발한다.
전체 교육의 80% 이상 이수 시 수료증이 수여되며, 수료자에게는 외암마을 정비 활동 인력 및 축제 시연 프로그램 참여 우선권이 부여된다. 향후 우수 경력자에게는 향토문화유산 ‘초가장 및 담장장’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아산시 문화유산과장은 “외암마을과 저잣거리는 우리 아산시의 대표적 전통문화 공간으로, 앞으로도 역사와 생활 문화가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의 문화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 활성화를 견인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