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신정은 기자 |
2025년 11월 19일부터 26일까지 대전 꼬씨꼬씨 갤러리에서 이용나 작가의 개인전 “유쾌한 사유 – 공존의 빛”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골프장의 풍경을 통해 ‘삶의 리듬, 비교와 경쟁, 넘어짐과 다시 일어섬’이라는 인간의 내면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한 신작들로 구성된다.

유쾌한 사유란 무엇인가?
전시 제목인 ‘유쾌한 사유’에 대해 이용나 작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를 웃게 만드는 순간들, 작은 에피소드, 삶의 가벼운 통찰”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 속 웃음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삶의 무게 속에서도 새벽처럼 찾아오는 작은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가깝다.
골프장을 소재로 삼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골프를 알면 인생이 보인다”고 말한다.
골프는 자연 조건 속에서 자신의 리듬과 페이스를 조절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자기 게임’이지만, 동시에 남과 비교하며 경쟁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작가는 이 복합적 구조를 자신의 삶과 인간 존재의 비유로 받아들였고, 이를 회화로 확장해 ‘유쾌한 사유’로 승화시켰다.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시리즈 “공존의 빛”은 넓은 필드, 수백 번의 점묘로 쌓아올린 녹색의 결, 그리고 화면에 떠 있는 하나의 원(圓)으로 구성된다. 원(圓)은 작가가 말하는 ‘빛의 씨앗’,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하는 마음의 최소 단위이며, 녹색의 층위는 자연의 표면이 아닌, 감정의 지층(地層)이고, 고요한 숲과 필드는 관계 속에서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넘어지고 멈추고 벽을 만날 때마다, 그 안에서 다시 나를 보게 된다”고 말하며, 작품 속 ‘원’에 자신을 투영한다. 화면 속 골프공은 현재의 ‘나’, 흔들림 없이 서 있는 깃대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관람객들은 작품에 스며든 고요한 색의 층위 속에서 각자의 새벽, 각자의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색면의 침묵 속에 쌓아 올린, 존재의 온도”
미술평론가 배건 박사(한국현대미술신문 대표)는 이용나 작가의 회화는 골프장의 풍경을 빌려왔지만, 그것은 결코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그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녹색의 분절된 결들은 자연의 물리적 표면이 아니라, 감정의 지형학을 이룬다. 특히 화면 안에서 고요히 자리한 원(圓)은 해와 달, 시작과 종결, 존재의 중심 축을 암시하는 원형적(symbolic) 구조이며, 작가가 말하는 ‘공존의 빛’을 하나의 좌표로 응결시킨 장치라고 말한다.
이용나의 색면은 단일한 터치가 아닌, 수백·수천 번의 미세한 반복이 축적된 깊이의 층위이다. 이는 마치 시간의 퇴적층처럼 쌓이며, 관람자는 그 색면 위에서 정서적 파동을 감지하게 된다. 작가 특유의 ‘조용한 운필(運筆)’은 화면을 과장 없이 지탱하는 힘이며, 그의 작품이 주는 안정감의 근원이다.
“공존의 빛” 시리즈는 빛과 그림자, 자연과 인간, 고독과 희망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결국 색채로 수행하는 철학적 명상이며, 작품 앞에 선 관람자는 자연의 침묵 속에서 작은 빛이 마음의 가장 깊은 방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 정보
전시명 : 이용나 개인전 《유쾌한 사유 – 공존의 빛》
기간 : 2025.11.19(수) ~ 2025.11.26(수)
장소 : 꼬씨꼬씨 갤러리(대전시 중구 대흥동 46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