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잊혀가는 감성과 여유를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작가 김영주의 세 번째 개인전 ‘초롱 빛에 꿈이 물들다’가 2026년 4월 1일부터 27일까지 김대중 컨벤션센터 2층 화해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어릴 적 꿈’과 ‘느림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 따뜻한 쉼표를 제안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통 오방색을 기반으로 한 깊고도 부드러운 색채다. 작가는 이를 통해 관람객이 잊고 지냈던 감정과 기억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킨다.
대표작 ‘백합이 보석처럼’은 이번 전시의 핵심 메시지를 집약한 작품이다. 붉은 반닫이 위에 놓인 백합과 초롱은 단순한 정물 구성을 넘어 상징적 의미를 품는다. 붉은 반닫이는 ‘느림과 축적의 시간’을, 초롱은 ‘삶을 비추는 따뜻한 빛’을 의미하며, 그 위에 피어난 백합은 순수와 희망을 상징한다.

김 작가는 “전통적 오브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사례”로 평가되며, 특히 구겨진 한지를 바탕으로 한 콜라주 기법은 표면의 질감을 통해 ‘삶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어, 단순한 회화를 넘어 촉각적 경험까지 확장시킨다. 이는 평면 회화가 지닌 한계를 넘어서는 실험적 시도로도 읽힌다.
작품 전반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경계의 해체’다. 김영주의 작업은 한국화와 서양화의 구분을 명확히 따르지 않는다. 전통 소재와 구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색채와 표현 방식에서는 현대적 회화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로 인해 화면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중적 감각을 형성하며,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의 작업 세계는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심리적 치유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빠른 변화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느림’, ‘기억’,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위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하나의 ‘감성적 쉼터’로 기능한다.
작가는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 잠시 머물 수 있는 쉼이 되었으면 한다”며 “전통의 색과 감성이 현대인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빠름과 효율이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김영주의 작품은 오히려 ‘느림의 미학’으로 관람객을 붙잡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 있는 색,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구성은 관람자 각자의 기억을 불러내며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이번 전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의미 있는 예술적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미술평론가 배건 박사(한국현대미술신문 대표)는 김영주의 회화에 대해서 단순히 전통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전통적 오브제를 ‘기억의 매개체’로 전환시키며, 그 위에 개인적 정서와 집단적 감각을 동시에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번 전시 《초롱 빛에 꿈이 물들다》는 그러한 작가의 조형적 언어가 한층 구조화된 형태로 드러난 자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정물의 재해석 방식’이다. 김영주의 화면 속 반닫이, 초롱, 꽃과 같은 대상들은 더 이상 정적인 사물이 아니다. 그것들은 시간의 층위를 내포한 ‘기호적 장치’로 기능하며, 관람자는 이를 통해 단순한 시각적 인식이 아닌 해석적 경험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전통 정물화의 개념을 ‘상징적 서사’로 확장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도 주목할 지점이 분명하다. 작가는 한지 위에 아크릴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물성과 회화성 사이의 긴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화면의 질감은 평면임에도 불구하고 부조적 깊이를 형성하며, 이는 빛의 반사와 색의 밀도를 통해 더욱 강조된다. 이러한 표면 처리는 단순한 기법적 실험을 넘어, ‘시간이 축적된 흔적’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읽힌다.
또한 색채 운용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채도의 절제와 대비의 균형’이다. 강렬한 원색이 사용되면서도 과잉으로 치닫지 않는 이유는, 색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머금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화면은 즉각적인 자극보다는 지연된 감흥을 유도하며, 관람자는 작품 앞에 머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연장하게 된다.
김영주의 작업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시선의 흐름’이다. 화면 구성은 중심 오브제를 기준으로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지만, 세부 요소들의 배치는 미묘한 비대칭을 형성한다. 이는 시선을 고정시키기보다 순환하게 만들며, 관람자가 작품 내부를 ‘걷듯이’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공간 구성 방식은 전통 회화의 평면성과 현대 회화의 시지각적 구조를 동시에 참조한 결과로 보인다.

김영주 작가는 그간 광주시 미술대전, 광양전국섬진강미술대전 등에서 특선과 입선을 기록하며 꾸준히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대한민국나비대전 우수상과 금상 수상, 그리고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벽화 작업과 다수의 기획·단체전 참여를 통해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이번 전시에서 드러나는 김영주의 회화는 결국 ‘감정을 보여주는 그림’이 아니라 ‘감정이 작동하는 구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전통이라는 소재는 여기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을 조직하는 하나의 언어로 기능한다.
작가 프로필
[개인전]
2024.11.19. / ‘bloom’ (민아트 갤러리)
2024.11.26. / ‘on the holy road’ (성화전) (갤러리 현-천주교광주대교구청 내)
2026.4.1. / 초롱 빛에 꿈이 물들다(화해 갤러리)
[수상이력]
23년~25년 광주시 미술대전 특선, 입선
22년~25년 광양전국섬진강미술대전 특선2회, 특별상2회
25년 : 여수광양항만공사 달력그림 선정
22년~24년 : 대한민국나비대전 우수상, 금상
2012년 천주교 광주대교구 ‘가정의 해’포스터 공모 우수상
[벽화]
2025년 7월 / 광주 여름초등학교 복도 벽화그리기
2024년 6월 / 광주 동곡초등학교 벤치에 그리기
2023년 10월 / 화정 3동 벽화
2018년 10월 / 임곡동 성당 주차장 벽화
[기획전. 단체전]
25.10.23. 25년 광주국제아트페어 (김대중컨벤션센터 C-18부스)
21년~25년 무등아트페스티벌 (무등갤러리) 6회
25.10.24. 인권과 예술(빛고을 시민회관) 서구청·장애인예술협회 후원
22년~25년 서구 아포페니아-서구문화센터 전시관외 4회
25.5.28. 제42회 광주가톨릭미협 정기전 ‘칠성사’(양림 미술관)
2024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돕기) 밀알 아트마켓전-갤러리 현
가톨릭미술가협회정기전 ‘십자가의 길’ - 갤러리 현
한국가톨릭미협 50주년 ‘친교로 하나되어’ - 대구문화예술회관
센터르에 머무르다 - ‘여기 어때’(민 아트 갤러리)
비움나눔 페스티벌(광주시) - 광주천주교교구청 내 브레디관
2023
가톨릭미술가 협회전 ‘되돌아봄-지금여기’ - 무등갤러리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돕기) 밀알 아트마켓전-갤러리 현
인권과 예술 - 광주예총 백련홀
가톨릭미술가 협회전 ‘동행’ - 갤러리 현
2022
한국가톨릭미술가 협회전 ‘생명 그리고 동행’ - 경북도청 동락관
인권과 예술 - 광주예총 백련홀
2021
‘마음에 소리’ - 국윤미술관 기획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