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소녀의 꿈, 캔버스에 피어나다”... 안중선 개인전 ‘나의 정원에서’ 개최

십수 년간 간직해 온 자연에 대한 애정과 기억, ‘정서적 사실주의’로 승화

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안중선 작가의 개인전 <나의 정원에서(In My Garden)>가 오는 2026년 5월 6일(수)부터 12일(화)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2관에서 열린다.

 

 

노란 들꽃이 화면 가득 생동감을 뿜어낸다. 소박한 나무 울타리 사이로 고개를 내민 꽃들은 마치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을 속삭이듯 따뜻한 색채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빛을 머금은 해바라기는 화면을 압도하는 생명력을 전한다. 화려한 기교보다 진심 어린 필치가 돋보이는 이 작품들은 작가가 오랜 시간 겹겹이 쌓아 올린 삶과 자연에 대한 기록이다.

 

열두 가지 크레파스로 그리던 세상, 캔버스로 이어지다

 

안중선 작가의 예술적 모태는 어린 시절 고향의 풍경에 있다. 미술 시간이면 교실을 벗어나 논두렁에 앉아 풍경을 담아내던 아이, 파란 하늘과 나비의 날갯짓에 설레하던 소녀의 마음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화폭 위에 선명히 살아있다.

 

당시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는 ‘열두 색 크레파스’가 전부였지만, 그 제한된 색 안에서 작가는 무한한 세계를 꿈꿨다. 특별한 재능을 과시하기보다 '그리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을 가슴 깊이 간직해온 그는, 약 10여 년 전 붓을 다시 잡으며 잊고 있던 꿈을 깨웠다.

 

거창한 현대 미술의 담론 대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대상인 꽃과 자연, 일상의 찰나를 꾸준히 담아온 결과물이 이번 개인전이라는 결실로 맺어졌다.

 

빛과 생명, 그리고 시간의 흐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 ‘물가의 데이지’는 정적인 풍경 속 미묘한 파동을 포착했다. 물길을 따라 흐르듯 배치된 흰 데이지 꽃잎의 섬세한 묘사와 어두운 수면에 반사되는 빛의 표현은 사실성과 서정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특히 물의 흐름을 구현한 붓질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층층이 쌓인 시간'을 상징하며, 어두운 수면 위 피어난 밝은 꽃들을 통해 삶의 깊이와 희망을 은유한다.

 

 

또 다른 작품 ‘초록 속의 나비’는 강렬한 대비가 특징이다. 짙은 초록 잎사귀들 사이, 노랑과 주황의 빛깔을 뽐내는 나비는 생명의 절정(Peak)을 보여준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생동감과 잎새 사이로 스며드는 빛의 묘사는 '찰나의 소중함'이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기술적 과시를 넘어선 ‘기억의 정서’

 

미술평론가 배건 박사(한국현대미술신문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안중선의 작품은 기교적 과시보다 ‘기억의 정서’를 중심에 둔 회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작가의 시선이 단순한 외부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내면의 기억과 결합한다는 점에서 ‘정서적 사실주의’라 명명할 수 있다”며, “삶의 궤적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난해한 개념 없이도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깊은 울림을 준다”고 평했다.

 

안중선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진심으로 담아낸 이 그림들이 누군가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풍경이 되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논두렁 위에서 크레파스를 쥐었던 소녀의 꿈이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지나 캔버스 위에 만개한 결과물이다. 그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정원은 오늘도 관람객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 준비를 마쳤다.

 

작가 프로필

 

개인전 1회, 부스 전 2회, 해외 전 15회, 국내외 단체전 19회

제46회 국제 H.M.A 예술제 금상, 제26회 마스터즈대동경전 은상, 제42회 H.M.A 국제 예술제 예작상, 제28회 일본마스터즈 금상, 제54회 일본미술원전 금상, 제8회 한국창조미술 서화대전 장려상, 제7회 한국창조미술 대전 특선, 그 외 다수

현)한국신미회 회원, 한국창조 미술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