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변선영의 개인전 〈It is me〉가 서초예술회관 대로변 대형 정광판을 통해 공개되며,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시각적 질문을 던진다.

변선영의 작업은 외부 세계를 재현하지 않는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선과 색은 사물이나 풍경이 아닌, 작가 스스로의 심상(心象)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모티브를 발견하고 주제를 설정하지만, 최종적으로 화면 위에 남는 것은 그 순간 작가가 마주한 감정의 상태와 내면의 파동이다. 선은 형태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감정이 지나간 흔적이자 사고의 흐름이다.

이번 정광판을 통해 공개된 작품 가운데 하나는 짙은 청색의 화면 위로 흰색과 붉은 선이 유기적으로 얽혀 흐르는 구성을 보여준다. 겹겹이 축적된 물성과 반복되는 선의 움직임은 세포나 생명체의 내부를 연상시키지만, 이는 어떤 구체적 대상을 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 내부에서 발생한 심리적 진동과 감정의 밀도를 시각적으로 번역한 결과에 가깝다. 화면은 설명을 거부하고, 관객에게 감각적 경험을 요구한다.
변선영에게 ‘선’은 조형 언어이자 삶의 리듬이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심리를 관찰하고 성찰하며, 그 축적의 과정을 선의 흐름과 색의 울림으로 남긴다. 선을 긋는 행위는 호흡과 같고, 반복되는 행위는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일기이자 자서전이 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완결된 결과라기보다 ‘진행 중인 상태’에 가깝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화면 중심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검은 선들이 폭발적인 확장성을 보여준다. 붉고 주황빛이 교차하는 바탕은 체온처럼 맥박치고, 그 위를 가르는 선들은 감정의 신경망처럼 얽히며 화면 전체에 긴장과 에너지를 부여한다. 흩어지는 듯 보이는 선들은 다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균열과 연결이 공존하는 자아의 상태를 암시한다.

이 작업에서 드러나는 ‘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흔들리고 변화하며, 관계 속에서 확장되는 과정적 존재다. 작가가 말하는 자아는 단정이나 결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태도에 가깝다. 그렇기에 전시 제목 〈It is me〉는 선언이라기보다 고백에 가깝다. “이것이 나다”라는 단언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기록한다”는 태도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배건박사(한국현대미술신문 대표)는 다음과 같이 평한다. “변선영의 작업에서 ‘선’은 조형적 장치 이전에 존재의 기록이다. 그의 선은 대상을 설명하지 않고 상태를 증언한다. 화면은 완성된 형식이 아니라, 작가가 스스로를 관찰하며 통과해 온 시간의 흔적이며, 감정이 머물렀던 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궤적이다.”
특히 변선영 작업의 특징으로 ‘선의 윤리성’을 언급한다. 그는 “이 작업에서 선은 감정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의 심리를 해석하거나 결론짓기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태도를 유지한다”며, “그 점에서 이 작업은 표현이라기보다 성찰의 과정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또한 “변선영이 말하는 ‘나’는 단일한 자아가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확장되며 다시 수축하는 과정적 존재”라고 덧붙인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내부가 아닌, 도심 한복판의 대형 정광판을 전시장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빠르게 소비되는 상업 이미지들 사이에서 변선영의 작업은 오히려 시간을 지연시키며, 관객에게 내면을 들여다볼 여백을 제공한다.
“정광판이라는 매체는 보통 소비를 자극하지만, 변선영의 이미지는 그 흐름을 거슬러 사유를 유도한다”며, “이는 예술이 제도적 공간을 벗어나 일상 속에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관계와 속도에 지친 도시의 한가운데서 마주하는 한 문장, “It is me.” 그 짧은 고백은 관객 각자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어떤 마음의 상태로 이 도시에 서 있는가? 설명이 아닌 고백! 이미지가 아닌 존재!
변선영의 이번 정광판 전시는 예술이 삶의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개인의 내면과 조용히 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