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배건 기자 |
회색빛 도시의 균열 위로 한 그루의 나무가 조용히 숨을 쉰다. 그 숨결은 소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의 의지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김종수 작가의 초대전 ‘도시나무-침묵하는 숨결’이 오는 4월 22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두고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도시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과 생존의 흔적을 ‘나무’라는 상징을 통해 풀어낸다.
균열과 생명의 이중주, ‘도시나무’에 나타난 존재론적 조형 언어!
김종수의 ‘도시나무’ 연작은 단순한 자연 이미지의 변주가 아니라, 도시라는 인공 환경 속에서 재구성된 존재론적 풍경이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나무는 더 이상 자연의 일부로서의 나무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구조적 환경이 충돌하며 생성된 ‘사회적 생명체’에 가깝다.
특히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소나무’는 한국적 상징 체계에서 출발하지만, 그의 작업 안에서는 전통적 의미를 벗어나 현대적 긴장 속에서 재해석된다. 강인함과 절개의 상징이었던 소나무는 도시의 환경 속에서 절단되고 변형되며, 생존을 위해 스스로의 형태를 조정하는 유기적 존재로 변모한다. 이는 현대 도시인의 삶과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은유로 읽힌다.
크랙(Crack),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는 조형적 장치!
김종수 작업의 핵심 조형 언어는‘크랙(Crack)’이다. 돌가루를 기반으로 형성된 거친 마티에르는 단순한 표면 효과가 아니라, 시간의 축적과 압력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균열은 세 가지 층위에서 작동한다.
첫째, 물리적 시간성이다. 균열은 자연적 풍화와 침식의 흔적을 연상시키며, 화면 자체를 하나의 ‘시간의 지층’으로 만든다. 둘째, 심리적 내면성이다. 균열은 개인의 기억, 상처, 갈등이 축적된 흔적처럼 읽히며, 감정의 깊이를 외화한다. 셋째, 존재론적 긴장이다. 균열은 단절이 아닌 연결의 틈으로 작동하며, 파괴와 생성이 공존하는 역설적 구조를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크랙은 단순한 질감이 아니라, 시간·기억·존재를 동시에 담아내는 복합적 기호체계로 작동한다.
색채와 구조—도시적 긴장의 시각화!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강렬한 붉은 색채는 단순한 색의 선택을 넘어선다. 붉은 나무는 생명과 동시에 위험, 긴장, 저항의 의미를 내포하며 도시의 비가시적 에너지를 표면 위로 끌어올린다. 반면 회색과 흑색의 배경은 도시의 물리적 환경—아스팔트, 콘크리트, 구조물—을 암시하며, 나무와의 대비를 통해 존재의 긴장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색채 구조는 생명 vs 구조, 자연 vs 인공, 유기성 vs 기계성이라는 이항적 대립을 형성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 경계를 해체한다.

정중동(靜中動)의 미학—멈춤 속의 운동성!
김종수의 화면은 겉보기에는 정적인 풍경에 가깝지만, 내부적으로는 강한 운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갈라진 표면, 비정형적으로 뻗은 가지,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적 요소들은 시선의 흐름을 유도하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는 동양 미학에서 말하는 ‘정중동(靜中動)’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정지된 상태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에너지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형 방식은 관람자로 하여금 단순히 ‘보는 행위’를 넘어 시간과 감각을 함께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도시나무, 인간 존재의 은유적 초상!
결국 ‘도시나무’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서사이다. 잘려나간 가지는 선택과 포기의 흔적이며, 뒤틀린 줄기는 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이며, 균열은 삶의 압력 속에서 형성된 내면의 지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자라고 있다. 이 지점에서 김종수의 작업은 비극적 현실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되는 생명과 회복 가능성에 대한 서정적 시선으로 확장된다.

균열을 넘어, 존재를 묻다!
김종수의 ‘도시나무’는 도시 환경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나 자연 회귀적 태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도시라는 조건 자체를 수용한 채, 그 안에서 생성되는 존재의 방식에 주목한다. 균열은 파괴가 아니라 흔적이며, 상처는 결핍이 아니라 깊이이며, 도시는 단절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의 장이다.
그의 작업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균열 속에서 살아가며, 그 안에서 어떤 생명을 키워내고 있는가.”
김종수 작가는 서양화 기반 위에 동양적 사유를 결합하며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으며, 개인전 32회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아트페어와 국제전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현대미술계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위치를 다져왔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한국미협 부이사장 등을 지낸 그는 현재 대한민국 회화제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관람 안내
전시명 : 김종수 초대전 ‘도시나무-침묵하는 숨결’
기간 : 2026년 4월 22일(수) ~ 4월 30일(목)
장소 : 서울 인사동 두고갤러리
작가와의 만남은 전시 첫날인 4월 22일에 진행된다.















